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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walking by the river 2009

walking by the river (2009 4 24 - 5 17)


전시 서문

작가는 대구생으로 '98년 친구의 권유로 사진을 시작, 독학하였으며

보여지는 습지 작업은 2003년 이후 본격적으로 시도되었다.
2007년이후 거의 현재까지 대구 삼덕동의 '카페 미술사'에서 상설로 소박하게
작업들을 보인 적이 있고 개인전은 이번이 첫 전시이다.
이번의 주제 대상이 되는 습지는 강의 언저리에 형성되는 가변적인 지형의 특징을 가진다.
즉, 계절의 변화에 따라 사람이 경작하는 밭이기도 하고, 말 그대로 습지가 되기도 하며
어떤 때는 건조해서 모든것이 말라버리는 그런 곳이 되기도 한다.
가변의 공간에서도 변하지 않는 요소는 당연히 있으며 그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들을
각각의 때에 따라 바라보고 작업한다.
그것은 한편 극적인 요소가 적은, 심심한 풍경을 오히려 섬세하게 읽고 있음을 말한다.
walking by the river라는 작가에 의한 제목은 한편 무목적한 산책 같다.
산책은 정신과 몸이 어느정도 여유가 있을 때 가능하며 되도록이면 익숙한 장소를 느긋하게
거니는 것일 것이다. 다시 말해 약간의 변화도 파악되는, 심지어 같고 다른 눈앞의 풍경에
대해 달라지는 -스스로의 마음- 생각을 정리하는 의미가 그 무목적에 있다고 생각한다.
'소요지심'이라고 말해버리면 논다는 의미만 말고 차라리 또 다른 사고의 방식이 되는 것처럼.
작가는 강의 언저리, 그 중에서도 자주 다녀서 익숙해진 대구 주변의 습지를 걷는다.
카메라 뒤에는 사람이 있다.
그 작가는 익숙해서 지루할 수 있는 지형속에서 '왜 이런 일을 지속하는가' 자문한다.
그리고 풍경에서 어떤 말할 수 없는 의미를 발견하고 사진적 표현을 고려한 프로세스를 통해
새로운 기대와 함께 작업한다.
스스로 해야 할 것이라고 설정한 일, 그 전체로서의 조화와 지속에 중심을 둔 작업들은
한편 삶과 일, 현실과 작업, 그리고 기대와 결과등 양립하기 어려운 것들에 대한 또 다른 방향의
밸런스를 희망하고 있다.

                                    yfo gallery




전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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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노트

다산, 옥포에서 화원을 지나 달성습지까지

지난 몇 년 간 대구 외곽지역을 안고 흐르는 낙동강과 금호강 지류의 몇 개의 습지를 촬영해왔습니다.
walking by the river 시리즈는 다산, 옥포로부터 화원을 지나 달성습지까지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며 작업된 습지들과 그 주변풍경에 대한 기록의 의미도 가질 것입니다.
변화와 발전만이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가치들만이 언제나 삶을 풍요롭게 한다 하진 못할 것입니다.
작업들은 몇 몇 장소들이 간직한 원시적인 아름다움과 불변하는 것들에 대한
동경에서부터 시작되었고, 그것들이 여전히 거기에 자리함으로 얻는 안도와 평화는 오래토록
나를 매료 시켰습니다.
습지 주변 곳곳에 남겨진, 사람들과 그 삶의 흔적들 또한 지금의 우리들이 안고 가는
풍경의 일부이며, 자연과 인간이 만나는 어떤 지점에선 균형 잡힌 아름다움이 있었습니다. 
보존의 논리 하에 이루어진 섣부른 사람들의 개입이 습지의 균형을 깨뜨리는 것을 보았고,
개발의 논리 하에 대대적인 물길 정비 사업에 대한 소식도 들려옵니다.
하지만 자연은 오히려 개발 보존의 논리를 넘어서는 더 큰 흐름에 순응하고 긍정하는
보다 높은 법칙들이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The olden summer breeze was blowin' on your face
The light of God was shinin' on your countenance divine
And you were a violet colour as you
Sat beside your father and your mother in the garden
 
                                                 - Van Morrison “In The Garden" 중에서 -

사진가 로버트 아담스는 일찌기 <풍경사진이 제공하는 세가지 사실>로서 지형적인 요소와 자서전적인 요소
그리고 은유를 이야기 했습니다.
단순히 <기록되어짐>을 넘어서는 어떤 것들을 풍경사진에서 요구한 것입니다.
사진가의 과거와 현재, 가능하다면 미래까지도 풍경사진은 담고 있으며,
덧붙여 내재된 은유적 심상까지도 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단적인 예로 저의 작업은 일반적인 사진에서의 그것보다 많은 양의 노란색 톤을 가집니다.
작업에서의 노란색 톤은 이러한 아담스의 이야기에 호응하는 하나의 장치가 될 것입니다.
노란색은 제겐, 바램과 희망에 관한 색이며, 보다 탈(脫)현실적인 색입니다.
(노란색은 마치 <진통제>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지극히 이성적이고 사실적인 풍경의 재현에 반(反)하는 노란색 톤이 풍경을 좀 더 이질적이고
심상적인 공간으로 치환시켜 줄 것을 기대하는 것입니다.
지난 7년간의 습지 촬영은 여러가지 포맷으로 작업되었으나
이번 전시는 6x7포맷으로 촬영된 최근 2년간의 작업 중 70여점이 선별 되었습니다.
아울러 작업은 변화와 불변, 즉흥과 반복, 가짜와 진짜, 부정과 긍정의 영향 아래에 있읍니다.
시간과 계절, 물리적인 힘, 마음의 상태에 의해 변해 버린 것과 변하지 않은 것들...
일회적인 것과 반복 되는 것들...
인화지안의 이미지와 실제하는 풍경들...
아니라고 단정하는 일과 옳다고 인정하는 일들...
조건들 안에서 밸런스를 유지하는 일...

습지는 아름다웠습니다.
불변할 것 같은 오래된 풍경들에 매료 된 저는 오랜 시간 그것들을 (조용히) 즐겼고,
욕심 부려 그 일부는 의도 된 대로 표현되기를 원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시간이 좀 더 흐른 뒤 오늘의 해프닝이 결국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 런지
지금은 알 수 없습니다.
아니 어쩌면 아름다웠던 기억들의 무게만큼, 삶의 공허함과 의미 없음을
결국은 알아채게 될 지도 모를 것입니다.

                                                                                                                                    2009  4.  
                                                                                                                                                  이범동